등불기도편지 (30)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날아가나이다.”(90:10)

존귀하신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문안 올립니다.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질 한국과 달리 이곳은 더운 여름 지나 가을을 느끼는 계절입니다.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있고 아침 저녁으론 제법 쌀쌀합니다. 늘 염려해주시고 기도해주시는 덕분에 저희 가족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과 달리 이곳은 코로나가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들은 문을 열고 학생들은 정상적으로 등하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며 교회에서는 출입할 때 체온을 측정하며 예배당은 거리를 두고 모입니다.

프레토리아 북쪽 난민촌에서 시작된 신학교 강의에 변화가 있습니다. 오미크론 때문에 신학 강의가 몇 번 연기 혹은 취소되다가 신학교육을 원하지 않는 현지 토착교단의 영향으로 결국 강의를 접고 대신 30분 떨어진 쇼샹구베Soshanguve란 지역에서 신학훈련을 갈망하는 교회 지도자 그룹을 만나게 되어 새로이 클라스를 준비중에 있습니다. 남부아프리카에서 기독교란 이름으로 모이는 흑인 교회들 대부분이 신학교가 없는 토착교단으로서 성경을 가지고 설교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단과 사이비가 많고 복음 설교보다는 신비주의나 기복주의에 치우친 설교가 많습니다. 그리고 정규적인 신학교 훈련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군소교단들이 많은데 그중에 소수 성경을 제대로 읽고 올바른 신학을 훈련받고자 하는 교회지도자들이 있는데 그들을 말씀 안에서 바로 세우는 것이 지금까지 저의 사명이고 사역이 되었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강의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다리며 꾸준히 말씀의 문이 열리도록 두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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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 동안 두 곳의 마을에서 말씀 사역을 할 수 있도록 은혜를 주셨는데 먼저 코코시 교회는 100여명까지 성장했다가 팬데믹 여파로 많이 줄었고 이제 다시 활발한 모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4년여 동안 신실하게 훈련을 받은 샘 은찌마네 목사님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신실하게 목회사역을 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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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가장 슬펐던 것은 최근까지 5년여 도안 저를 도와주었던 꾸쫑이란 마을에서 코로나로 인해 신학훈련을 받은 몇몇 목사님들을 떠나보냈던 일과 특히 조슈아 몰로꼬 목사님의 가정에 일어난 일입니다. 열악한 현지 의료 체계로 인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던 조슈아 목사님의 아내인 데프니의 장례식 사진입니다. 남편과 함께 신학훈련을 잘 받았고 저의 부부와 함께 가끔 식사도 하고 섬기는 교회에 초청받아 몇 번 설교하기도 했던 젊은 사모였는데 어린 자식들을 두고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조슈아 목사님의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저희 가족은 은혜 중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계속 말씀훈련을 사모하는 현지 교회 지도자들과 접촉하며 지역을 변화시키는 이동신학교 사역이 잘 진행되기를 기도하고 있고, 아내는 지금 한국에 잠시 머물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어깨통증이 심해 잠을 잘 자지 못하였는데 이번에 둘째가 학업을 마치고 한국에 나가 정착하는 것을 돕기 위해 같이 출국하여 한국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아이가 머물 원룸을 구하고 치료를 끝내는 대로 다시 제가 있는 이 땅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14년 동안 한번도 가지지 못했던 안식년을 내년에는 꼭 가져볼 생각입니다. 지금 하는 일도 있고 해서 약 6개월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도해주시는 교회와 모든 고마운 분들을 충분히 만나고 싶고 또 틈을 내어 저의 동기 선교사들이 사역하는 동남아 선교현장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말씀 전할 문을 열어주시기를 위하여 기도해주시고, 둘째 딸 시은이의 한국 정착을 위해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살에 와서 이 땅에서 자랐고 한국생활에 대한 기대와 설렘도 큰 데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기를 바랍니다. 2년 전에 한국에 먼저 나간 첫째 딸 주은이가 얼마전 오미크론 양성 판정을 받아 격리생활을 하고 있어서 엄마와 동생을 아직 만나지도 못했습니다. 속히 회복할 수 있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막내 고은이는 마지막 학년을 보내고 있고 언니들을 따라 내년에 한국에서 정착할 계획입니다. 저의 세 아이들이 이 나라에 올 때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어렸는데 이제는 다들 커서 부모를 떠나 자립할 나이가 된 것을 보니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실감하고 있습니다. 가을을 맞이하는 이곳 계절의 변화와 함께 세월의 헛됨을 깊이 느끼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후회하지 않을 삶인지 묵상하게 됩니다.

2022331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김광락 선교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