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선교의 동역자님들께

 

우리로 하여금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소망이심을 기억하도록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계절에 성탄절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모처럼 동역자님들께 사랑과 감사의 마음으로 문안을 드립니다.

 

성탄을 맞이하며 무엇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20:21ff)는 말씀을 상기하게 됩니다. 선교는 단순하지만 준엄한 이 명령에서부터 출발해서 성육신과 동일시의 원리를 따라 십자가에서 죽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 단순한 명령을 순수하게 순종하기보다 현란한 지성을 사용해서 복잡다단한 신학과 선교학적 이론을 만들고, 그 속에서 자신을 합리화하며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역이 특별하게 의미 있는 것으로 주장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오신 것처럼 저를 보내셨는데 나는 그렇게 온전하게 가는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며 새롭게 복음 앞에서 각성하는 성탄을 맞이하길 원합니다.

 

어젯밤 제가 선교계에 왕따가 되어 따돌림을 받는 꿈을 꾸다가 새벽에 잠이 깨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그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6:14)고 하셨는데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에 왕따가 되고, 자신도 세상을 왕따 시켰지요. 그런데 나는 무엇 때문에 왕따가 되고 또 세상을 왕따 시켰을까 자문하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을 따르기 때문이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지난 3년 코로나 펜데믹에도 암캠프를 매달 빠짐없이 진행하는 은혜를 누렸습니다.

 

코로나라고 문 닫는 병원이 없기에 저희 아둘람도 매달 캠프를 빠짐없이 진행하며 찾아온 환우들을 섬기는 사역을 감당해 왔습니다. 이번 12월은 무딘 철 연장 날을 잘 갈아 새해를 잘 맞이하기 위해 안식하며 지혜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암 캠프를 통해 암의 공포와 절망 속에서 찾아온 많은 분들이 하나님의 은혜로 놀랍게 회복되었지만 때로 유명을 달리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진리의 관점에서 암의 실제를 해석하고 직면할 수 있게 도와드림으로 대부분 암에게 지지 않고 그리스도를 소중하게 여기고 주님께 영광 돌리는 삶의 결론에 이르게 되었음에 감사드립니다.

 

지속해 가는 대조공동체 대안공동체를 향한 여정

 

아둘람은 세상과 대조적으로 살아, 세상에 대안을 제시하는 예수 중심의 선교공동체가 되어 이 땅과 열방, 다음 세대와 세상의 황폐한 영역들이 사람 살 곳이 되게 하려는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이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는 산 위에 있는 빛 동네라고 하긴 부족함이 많지만 그래도 지치지 않고 한 걸음씩 진전해 가고 있습니다.

 

전방개척선교, 창조생명선교!

 

제가 요즘 관여해서 마음을 쓰고 있는 주제이며 활동하는 학회입니다.

이 복음을 위하여 그의 능력이 역사하시는 대로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을 따라 내가 일꾼이 되었노라”(3:7)의 말씀으로 선교사의 부름을 받은지 40년이 되어 갑니다. 그런데 바울이 말한 이 복음은 바로 지금까지 복음 밖에 있는 이방인들이 함께 상속자, 지체, 약속에 참여하는 자가 되는 경계를 넘어서는 복음임을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눈이 침침해 지고, 관절도 삐걱거리지만 제가 믿고 의뢰하는 주님은 영원히 젊으신 주님이심을 믿기에 자기 범주와 기득권이라는 허물을 벗고 안주하지 않고 Beyond Christianity로 나아가는 복음의 야성을 늘 유지하길 원합니다. 또한 창조 원리에 입각해서 생명의 풍성함을 누리는 삶과 사역을 감당하길 원합니다.

 

저의 사역은 진리의 말씀 물줄기가 각자의 삶에 흐르게 해서 성경의 진리가 삶의 모든 영역에서 타당성구조가 되게 하는 것이고, 저의 삶은 활동에서 존재로, 물질과 공간에서 시간으로 이끌림을 받으며 살길 원합니다.

 

나이가 들면 힘과 권력에서 지혜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지요. 모처럼 기도편지를 쓰면서 이런 저런 사역활동이나 세운 사람들에 대한 사역보고가 주제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활동소식보다는 내면을 성찰하는 이야기가 더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을 보면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세월을 아끼고 날수 계산하는 지혜를 가지라는 말씀을 따라 공간이나 물질이 아니라 제게 주어진 시간을 거룩하게 하며 그 시간의 성전을 세워가는 노력을 경주해 가길 소망합니다.

 

가족 소식

아들 이삭은 건강상의 이유로 4년 반 동안 휴학을 했다가 이번 학기에 복학해서 한 학기를 마쳤고, 딸 에스더는 내년부터 로스쿨에서 다시 공부할 계획입니다. 저와 아내는 해야 할 많은 육체노동으로 인해 관절통으로 시달리고 있지만 감당해야 할 고유한 사역을 주시고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은혜를 주심에 감사하며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족함만 더 느끼는 저희 부부에게 변함없는 사랑으로 동역해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성탄의 계절 주님의 은혜가 동역자님들 가정에 넘치시길 기도드리며 하늘에서는 영광이요, 땅에서는 사람들 가운데 평화가 가득하길 소망합니다.

 

2022. 12. 16일 신갈렙 전사라 드림